[Trend] 취향의 파편화, 2026년 소비 트렌드 '토핑 경제'를 읽다
2025년을 관통했던 소비 트렌드 중 가장 흥미로운 현상을 꼽으라면, 단연 ‘토핑 경제(Topping Economy)’입니다.
“신발보다 지비츠(Jibbitz)가 비싸다”, “아이스크림 본품보다 토핑 가격이 더 나온다”는 말이 더 이상 농담이 아닌 시대입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완성된 ‘최고(Best)’의 상품을 구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최적(Optimum)’을 만들어내는 과정 그 자체에 지갑을 엽니다.
오늘은 본체보다 부속품이, 메인보다 사이드가 더 주목받는 이 주객전도(主客顚倒)의 경제학, 토핑 경제의 본질과 2026년 전망을 깊이 있게 다뤄보겠습니다.
1. 토핑 경제란 무엇인가?
토핑 경제는 소비자가 기본 상품(Main Product)에 독창적인 ‘꾸미기’ 요소(Topping)를 더해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경제 현상을 의미합니다.
과거의 커스터마이징이 단순히 색상을 고르거나 이니셜을 새기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의 토핑 경제는 ‘모듈화된 놀이’에 가깝습니다.
- 패션: 크록스의 지비츠, 가방에 주렁주렁 매다는 ‘백꾸(가방 꾸미기)’ 키링 열풍
- F&B: 요거트 아이스크림(요아정)에 벌집꿀, 자몽 등 수십 가지 토핑을 조합해 먹는 레시피 공유 문화
- 디지털: 폰 케이스뿐만 아니라 스마트워치 스트랩, 이어버드 케이스를 매일 옷처럼 갈아입는 현상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제조사가 만든 ‘오리지널리티’가 아닙니다. 내가 어떻게 조합하고 변주했느냐는 ‘나만의 서사’가 핵심 가치가 됩니다.
F&B 시장에서 토핑은 이제 사이드 메뉴가 아닌 매출의 주역으로 떠올랐습니다.
2. 왜 지금 ‘토핑’인가? : 옴니보어(Omnivore)의 등장
이 트렌드의 기저에는 ‘옴니보어(Omnivore)’라 불리는 새로운 소비 인류가 존재합니다.
잡식성이라는 뜻의 옴니보어는 나이, 성별, 소득 수준에 따른 전형적인 소비 패턴을 거부합니다. 명품 가방에 저렴한 다이소 인형을 매달고, 편의점 음식에 고급 식재료를 넣어 먹습니다. 이들에게 ‘격식’이나 ‘완성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 불황형 소확행: 경기 침체 속에서 고가의 본품을 매번 바꾸기보다, 저렴한 토핑(액세서리)으로 기분 전환을 꾀하는 심리(립스틱 효과의 진화).
- 도파민 추구: 남들과 똑같은 것은 참을 수 없는 Z세대에게, 무한한 조합 가능성은 그 자체로 놀이이자 도파민의 원천입니다.
- SNS 과시 욕구: 단순히 제품을 샀다는 인증보다, “나는 이런 기발한 조합을 발견했다”는 창의성 인증이 더 많은 ‘좋아요’를 부릅니다.
소비자는 이제 완제품이 아닌, 자신의 취향을 전시할 수 있는 ‘빈 캔버스’ 같은 제품을 원합니다.
3. 기업의 생존 전략: ‘완성하지 말고, 남겨둬라’
2026년,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핵심은 ‘완벽한 빈틈’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 모듈형 제품 설계: 제품을 완벽하게 마감하기보다, 소비자가 개입할 수 있는 물리적·소프트웨어적 공간을 비워둬야 합니다. (예: 신발의 구멍, 폰 케이스의 고리, 게임의 MOD 기능)
- 옵션의 다양화: F&B 업계라면 ‘기본 맛’의 퀄리티를 지키되, 추가할 수 있는 토핑의 라인업을 시즌별로 화려하게 가져가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 별매품(Add-on) 시장 공략: 본품 마진이 줄어들더라도, 고마진의 액세서리 생태계를 구축하여 락인(Lock-in) 효과를 노려야 합니다. 애플의 액세서리 정책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입니다.
4. 마치며: 파편화된 취향, 그 속의 기회
“Best보다 Better, Better보다 My Own.”
토핑 경제는 대량 생산의 시대가 저물고, 취향의 파편화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입니다. 2026년의 마케팅은 대중(Mass)을 향한 확성기가 아니라, 개인(Micro)의 취향을 조립해 주는 핀셋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당신의 브랜드는 고객에게 어떤 ‘토핑’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나요?
Reference: 트렌드 코리아 2025, 주요 경제 연구소 소비 전망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