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칼럼] '야생'의 중국 vs '온실'의 한국: 규제의 역설이 만든 격차

[칼럼] '야생'의 중국 vs '온실'의 한국: 규제의 역설이 만든 격차

“추격자였던 중국은 이제 무서운 경쟁자가 되었습니다.”

세계 경제의 판도가 뒤집히고 있습니다. 과거 우리의 기술을 배우던 중국은 이제 첨단 산업 분야에서 한국을 추월하거나 대등한 위치에 올라섰습니다. 반면, 한때 ‘한강의 기적’을 일구며 역동성의 상징이었던 대한민국은 규제의 늪에 빠져 서서히 활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오늘 칼럼에서는 국가 주도로 기업들을 ‘야생’의 경쟁으로 내모는 중국과, ‘보호’라는 미명 하에 기업들을 ‘온실’에 가두고 옭아매는 한국의 현실을 냉철하게 비교해보고자 합니다.

1. 중국: 야생의 경쟁과 국가의 전략적 투자

중국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휩쓸고 있습니다. 로봇청소기부터 전기버스까지, 중국산 제품은 이제 단순한 가성비를 넘어 기술력으로 무장했습니다. 이러한 중국의 약진 뒤에는 치열한 내부 경쟁과 이를 뒷받침하는 국가의 전략이 있습니다.

밤이 없는 연구소, 규제 없는 혁신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의 과학기술 체험센터나 주요 기업들의 현장은 그야말로 ‘불이 꺼지지 않는’ 곳입니다. 중국의 법정 노동시간은 주 44시간이지만, 연구개발(R&D) 현장이나 첨단 기술 기업에서는 ‘996(오전 9시~오후 9시, 주 6일)’ 혹은 ‘007(0시부터 24시간 근무)’ 문화가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노동 착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과 중심의 연구직 근로자에게 생각의 흐름을 끊지 않고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이 도입한 ‘화이트칼라 면제’ 제도와 맥을 같이 합니다.

“살아남는 자가 강자다”

중국 정부는 특정 산업을 육성할 때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춰 수많은 기업이 ‘무한 경쟁’을 벌이게 합니다. 이 과정에서 도태되는 기업도 많지만, 살아남은 승자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됩니다. 국가는 이 승자들에게 막대한 투자와 보조금을 지원하며 성장 동력을 극대화합니다. 즉, 야생에 풀어놓고 강한 놈만 키우는 전략입니다.

2. 한국: 포지티브 규제에 갇힌 ‘갈라파고스’

반면 한국은 어떨까요? 한국은 법에 규정된 것만 허용하고 나머지는 모두 불법으로 간주하는 ‘포지티브 규제(Positive Regulation)’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는 신기술의 탄생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갈라파고스

라이선스 공화국과 총량 규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기존 산업 보호를 위한 라이선스(면허) 장벽입니다.

  • 모빌리티와 택시: 우버와 같은 승차 공유 서비스가 전 세계를 강타할 때, 한국은 택시 면허 총량 규제와 기존 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타다’와 같은 혁신 서비스가 좌초되었습니다.
  • 의료와 법률: 원격 의료나 리걸테크 등 기술이 인간의 편의를 도울 수 있는 분야에서도, 전문 자격증 소지자들의 기득권 보호 논리에 막혀 기술 도입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 일자리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국가 전체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며, 관련 기술 스타트업의 싹을 자르는 행위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안전’이라는 이름의 족쇄

“안전”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안전은 종종 신기술 진입을 막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악용됩니다. 기술 스타트업이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해도, 상용화를 위해서는 수많은 인증과 규제 절차를 통과해야 합니다.

  • 공무원들은 전례가 없는 기술에 대해 책임을 지기 싫어하며 보수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인에게 과도한 형사 책임을 묻는 법안들은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킵니다.

결국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들은 규제 철폐를 외치다 지쳐 사업을 포기하거나, 규제가 없는 해외로 떠나는 길을 택합니다.

3. 경쟁력을 잃으면 미래도 없다

https://cdn.aitimes.kr/news/photo/202008/17310_18815_2318.jpg

한국 기업은 획일화된 주 52시간제와 각종 규제 탓에 밤이 되면 불이 꺼집니다. 반면 중국 기업은 밤새 연구하고 생산합니다. 연구 분야의 근로를 제한하면 국가 경쟁력 후퇴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중 패권 전쟁 속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전략은 명확합니다. 중국이 거대한 내수 시장과 국가 주도의 속도전으로 밀고 들어올 때, 우리도 규제의 족쇄를 풀고 기업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맺음말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은 ‘따뜻한 온실’이 아니라 ‘거친 야생’의 생명력입니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총량 규제를 철폐하고, 신기술에 대해서는 ‘선 허용 후 규제(네거티브 규제)’로 과감히 전환해야 합니다.

규제에 갇혀 침몰할 것인가, 아니면 거친 파도를 뚫고 다시 도약할 것인가. 선택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References:

  1. [김동호의 시선] 경쟁하는 중국, 규제에 갇힌 한국중앙일보
  2. “추격자였던 중국, 이제는 경쟁자”…미·중 패권전쟁 낀 한국 전략은?노컷뉴스

이 기사는 저작권자의 CC BY 4.0 라이센스를 따릅니다.

© wakenhole. 일부 권리 보유

Powered by Jekyll with Chirpy the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