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내 퇴직금, 방치하면 사라진다: DB형 vs DC형, 최적의 운용 전략 A to Z
“당신의 퇴직연금은 안녕하십니까?”
많은 직장인들이 국민연금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정작 큰 목돈이 될 수 있는 퇴직연금(Retirement Pension)에는 무관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직장인의 퇴직연금 중 상당수가 연 1~2%대 저금리 상품에 방치되어 실질 물가 상승률조차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100세 시대, 퇴직연금은 더 이상 ‘퇴직할 때 받는 위로금’이 아닙니다. 노후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 자산입니다. 오늘은 퇴직연금의 두 축인 DB형(확정급여형)과 DC형(확정기여형)을 명확히 분석하고, 각 유형에 맞는 최적의 운용 전략을 제시해 드립니다.
1.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DB형 vs DC형, 무엇이 다른가?
퇴직연금 운용의 첫걸음은 내 연금이 어떤 형태인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① DB형 (Defined Benefit, 확정급여형)
- 개념: 회사가 근로자의 퇴직금을 책임지고 운용하는 방식입니다. 근로자가 받을 퇴직금 액수는 ‘퇴직 직전 3개월 평균 임금 × 근속연수’라는 공식에 의해 사전에 정해져(확정되어) 있습니다.
- 특징: 운용 주체가 ‘회사’입니다. 운용을 잘해서 수익이 나면 회사가 가져가고, 손실이 나도 회사가 메워야 합니다. 근로자는 운용 결과와 상관없이 정해진 금액을 받습니다.
- 비유: “회사가 보장하는 적금”
② DC형 (Defined Contribution, 확정기여형)
- 개념: 회사가 매년 연봉의 1/12 이상을 근로자의 개별 퇴직연금 계좌에 넣어주면,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방식입니다.
- 특징: 운용 주체가 ‘나(근로자)’입니다. 주식, 펀드, 채권 등에 투자하여 수익이 나면 퇴직금이 늘어나지만, 손실이 나면 원금이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 비유: “내가 직접 굴리는 투자 계좌”
2. 선택의 기준: 나는 어떤 유형을 선택해야 할까?
DB형과 DC형 중 무엇이 유리한지는 단 하나의 공식으로 귀결됩니다. 바로 ‘임금상승률’과 ‘투자수익률’의 대결입니다.
임금상승률 > 투자수익률 ➔ DB형 유리 임금상승률 < 투자수익률 ➔ DC형 유리
- DB형이 유리한 경우:
- 승진 기회가 많고 연봉 인상폭이 큰 기업에 재직 중인 경우.
- 장기 근속이 가능하며 고용 안정성이 높은 경우.
- 투자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거나 원금 손실을 극도로 싫어하는 성향.
- DC형이 유리한 경우:
- 임금 상승률이 낮거나(연 2~3% 미만), 승진이 정체된 경우.
- 임금피크제 적용을 앞두고 있는 경우 (※필수 전환 시점).
-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시장 평균 이상의 수익을 낼 자신이 있는 경우.
3. 유형별 구체적 운용 전략
✅ DB형 운용 전략: “몸값을 높이는 것이 곧 재테크”
DB형 가입자에게 최고의 재테크는 ‘연봉 협상’과 ‘진급’입니다. 퇴직금 산정 기준이 ‘퇴직 직전 3개월의 평균 임금’이기 때문입니다.
- 임금 피크제 확인: 임금 피크제 진입 직전은 퇴직금이 가장 높은 시기입니다. 이때가 되면 반드시 DC형으로 전환하여, 그동안 쌓인 퇴직금을 투자 자산으로 굴려야 합니다. 그대로 두면 삭감된 월급 기준으로 퇴직금이 줄어드는 참사가 발생합니다.
- 장기 근속: 퇴직금은 근속 연수에 비례합니다. 잦은 이직보다는 한 직장에서 꾸준히 연봉을 올리는 것이 DB형에는 유리합니다.
✅ DC형 운용 전략: “자산 배분과 디폴트 옵션 활용”
DC형은 근로자의 운용 능력에 따라 노후 자산의 규모가 천지차이로 달라집니다.
TDF (Target Date Fund) 활용: 투자 초보자라면 TDF가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은퇴 시점(Target Date)에 맞춰 젊을 때는 주식 비중을 높여 공격적으로 운용하고,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채권 비중을 높여 안정적으로 자산을 배분해 주는 펀드입니다. (예: 2040년에 은퇴 예정이라면
TDF 2040선택)포트폴리오 다각화 (ETF 분산 투자): 퇴직연금 계좌에서도 ETF(상장지수펀드) 거래가 가능합니다. S&P500이나 나스닥100 같은 지수 추종 ETF를 핵심(Core) 자산으로 삼고, 채권이나 리츠(Reits)를 섞어 변동성을 줄이는 전략이 유효합니다.
- 공격형: 주식형 70% + 채권형 30%
- 중립형: 주식형 50% + 채권형 50%
- 안정형: 주식형 30% + 채권형 70%
-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점검: 2023년부터 도입된 디폴트 옵션은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해둔 방법으로 자동 운용하는 제도입니다. 자신의 성향에 맞게 ‘초저위험(예금)’이 아닌 ‘저위험’ 혹은 ‘중위험(TDF 등)’으로 설정되어 있는지 확인하십시오. 방치된 현금은 가장 나쁜 투자입니다.
4. 결론: 퇴직연금은 ‘관리’하는 자의 것입니다
DB형에서 DC형으로의 전환은 가능하지만, DC형에서 DB형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DC형 전환은 신중해야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저성장 시대에 단순히 은행 예금 금리에만 의존해서는 풍요로운 노후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 지금 당장 회사의 퇴직연금 제도를 확인하십시오.
- 나의 임금 상승률과 목표 투자 수익률을 비교하십시오.
- 그리고 행동하십시오.
여러분의 든든한 노후는 회사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오늘 여러분의 현명한 선택과 꾸준한 관심이 만들어냅니다.
Tip: 퇴직연금 현황은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서 한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