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베이징 미식 탐험: 홍루몽(紅樓夢) 속으로의 초대, '옌와이옌(Yanwaiyan)' 직관 후기
진정한 미식(美食)이란 무엇일까요? 단순히 혀끝에 닿는 맛의 즐거움을 넘어, 공간과 시간, 그리고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공감각적 체험이 현대 다이닝의 새로운 정의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곳은 베이징의 ‘옌와이옌(Yanwaiyan, 宴外宴)’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닙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21세기의 베이징은 사라지고 중국 고전 소설 <홍루몽(紅樓夢)>의 화려하고도 애절한 세계가 펼쳐집니다. 직접 방문하여 촬영한 사진과 함께 그 환상적인 경험을 소개합니다.
1. 입구: 현실과 환상의 경계
식당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웅장한 목조 대문입니다. 은은한 등불이 밝혀진 입구는 마치 고대 귀족의 저택으로 들어가는 듯한 설렘을 줍니다. 이곳을 통과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관객’이자 ‘손님’이 됩니다.
▲ 현실 세계와 단절된 듯한 고요하고 웅장한 입구의 모습
2. 공간과 공연: 눈앞에서 펼쳐지는 8막의 드라마
옌와이옌의 핵심은 철저한 ‘몰입감(Immersion)’입니다. 식사 공간은 원형 극장 형태로 구성되어 있어, 어느 자리에 앉더라도 중앙 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생생하게 관람할 수 있습니다.
식사가 진행되는 동안 무용수들은 화려한 한푸(Hanfu)를 입고 춤을 추며, 홍루몽의 주요 에피소드를 재현합니다. 천장에는 거대한 꽃 장식이 매달려 있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합니다.
▲ 천장의 꽃 장식과 어우러진 무용수들의 화려한 군무
특히 공연의 하이라이트에서는 무대 위로 눈이 내리는 듯한 특수 효과가 연출됩니다. 푸른 조명 아래 흩날리는 눈꽃과 배우의 열연은 식사를 잊게 만들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 극적인 조명과 특수 효과로 감정을 고조시키는 하이라이트 장면
단순히 춤만 추는 것이 아닙니다. 배우들은 테이블 사이를 오가며 연기를 펼치고, 손님들과 눈을 맞추며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배경에 적힌 ‘홍루몽’ 서체와 배우들의 표정 연기가 어우러져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 <홍루몽>의 서사를 담은 배우들의 깊이 있는 연기*
3. 미식(Gastronomy): 예술이 된 요리
화려한 볼거리에 맛이 가려질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옌와이옌의 요리는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미각적인 깊이를 동시에 추구합니다.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코스 요리는 각 공연의 테마와 맞물려 서빙됩니다.
▲ 진한 육수와 함께 제공된 제철 게 요리. 속이 꽉 찬 게살의 풍미가 일품입니다.
플레이팅 하나하나가 예술 작품 같습니다. 붉은 소스로 졸여낸 고기 요리는 귤과 허브로 장식되어 미각을 자극하며, 식기류 또한 고대 황실에서 사용했을 법한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사용합니다.
▲ 여백의 미를 살린 플레이팅. 부드러운 식감과 깊은 소스 맛이 조화를 이룹니다.
▲ 따뜻한 온기가 유지되도록 서빙된 섬세한 요리
4. 서비스: 디테일이 만드는 완벽한 경험
이곳의 몰입감을 완성하는 것은 직원들의 서비스입니다. 서빙을 담당하는 직원들조차 극의 일부처럼 행동합니다. 베일로 얼굴을 가린 채 차를 따르는 모습은 신비로움마저 자아냅니다.
▲ 손님들의 의상과 어우러져 완벽한 몰입감을 선사하는 직원들의 복장
▲ 가까이서 본 출연진의 의상 디테일과 장신구의 퀄리티가 놀랍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많은 손님들이 식당에서 제공한 의상을 입고 식사를 즐기고 있습니다. 현대적인 복장의 손님과 고전 의상의 직원들이 섞여 있는 모습이 아닌, 모두가 그 시대의 사람이 된 듯한 풍경이 옌와이옌만의 매력입니다.
5. 총평: 베이징에서의 가장 잊지 못할 하룻밤
옌와이옌(宴外宴)은 식당이라기보다는 ‘먹을 수 있는 극장’에 가깝습니다.
- 추천 대상: 특별한 기념일을 맞은 커플, 중국 문화에 깊이 빠져보고 싶은 여행자, 색다른 비즈니스 접대 장소를 찾는 분
- 팁: 공연의 흐름을 따라가야 하므로 식사 시간은 넉넉하게(약 2시간 이상) 잡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넘어, 중국 고전의 낭만 속에 온몸을 담그는 경험. 베이징 여행 중 가장 비현실적이고 아름다운 밤을 원하신다면, 이곳을 강력히 추천합니다.